상우와 만나던 시절, 은수는 운전을 하지 못했습니다. 상우의 무릎에 앉아 핸들을 돌리는 것이 그녀의 첫 운전이었죠. 그녀를 붙잡기 위해 강릉으로 달려온 상우는, 불과 몇개월만에 면허를 따고 능숙하게 운전하는 은수의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짓습니다. 

이들의 짧은 연애도 이와 같았습니다. 어리숙하고 재지 않는 남자와 완숙하고 계산이 빠른 여자의 사랑은 어쩌면 결론이 정해져있었을지도 몰라요. 상우의 할머니가 손자를 위로하면서 해 주었던 말, "버스와 여자는 떠나면 잡는게 아니란다"는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어요.

시간이 흐른 뒤 은수는 상우에게 다시 연락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상우와 팔짱을 끼는 그녀. 상우가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이 다시 반복되는 듯 보이죠. 하지만 상우는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그녀와 담담히 악수를 나누죠. 관계를 마무리짓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를 인정하듯, 은수 역시 웃으며 상우를 바라봅니다. 서툴렀던 사랑의 끝을 《봄날은 간다》는 정말 멋지게 그려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