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은 소도시이자 모더니즘 건축의 성지 콜럼버스. 이곳에서 유명 건축가가 갑작스레 쓰러지고, 한국에서 날아온 아들 '진'은 우연히 건축을 사랑하는 '케이시'와 만나게 됩니다.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아버지를 둔 진과, 어머니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케이시는 건축에 관한 이야기로 가까워지는데요.  

콜럼버스를 좀처럼 떠나지 못하게 된 진과, 결국 떠나게 되는 케이시 사이에서는 어떤 말들이 오갔던걸까요?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눈을 떼기 어려운 영화, <콜럼버스>를 지금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확인해보세요.

케이시가 좋아하는 건물 앞에서, 진은 학문적인 설명 대신 왜 마음이 끌리는지 말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유를 말해주는 케이시의 목소리는 놀랍게도 유리 너머로 들리지 않죠. 관객은 그저 그녀의 미소와 손짓으로 어림짐작 할 뿐입니다.

관객이 케이시의 시각에 갇히지 않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는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붙이지 못 할 때가 있습니다. 제게 공간과 음악이 그렇듯, 여러분들에게도 마찬가지겠죠. 그럼에도 그저 받아들이고, 좋아하고, 나눌 수 있다면 '콜럼버스'는 멀리 있지 않겠죠.

영화의 후반부에서 진은 마침내 아버지가 서 있던 정원에 서 있게 됩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버지는 정원의 한가운데에, 진은 중심에서 조금 빗겨나간 곳에 서 있다는 거죠.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몰이해는 오해와 다툼을 낳기 쉽죠. 그렇기에 완벽히 중심에 서 보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장소, 같은 분위기를 마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정원으로 가 볼 줄 아는 우리가 되자구요.

— 에디터 패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