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후에 사고로 죽게 된 딸의 부검 장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동진은 복수를 시작한 후 잔인함에 빠르게 무뎌지죠. 류의 누나 시신을 부검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하품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류의 친구이자 공범 영미를 전기고문하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태연하게 짜장면을 먹죠.

에디터 차차는 회사를 다니면서 분노의 순간들을 많이 마주하고 욕이 늘었어요. 욕이 쉽게 습관화가 되는 것을 느끼고 고치려 하지만, 욕을 고치는 것은 욕을 습득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에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 역시 우리의 감각과 생각을 무뎌지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네요.

영화 말미에, 동진은 결국 딸을 유괴한 류와 영미를 모두 죽이는데 성공해요. 하지만 계획한 복수를 모두 끝낸 동진의 표정은 웃음보다는 울음에 가깝죠. 누군가를 미워하며 복수를 꿈꾸는 것은 부정적인 에너지가 굉장히 소모되고 나의 일상을 망치는 일인 듯 해요. 동진처럼 잔인한 복수를 하진 않겠지만, 그것을 상상하고 분노에 잠식되는 것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닐거에요.

그럼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사람을 마냥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순 없지만, 무엇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일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헤어질 결심>을 본 후 다시 복수 3부작을 보니, 좀 더 날 것의 표현들을 볼 수 있어서 또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비록 잔인해서 여러 번 눈을 가리며 봤지만, 그리고 대사량이 많지 않은 영화지만, 명대사를 대신 할 수 있는 인물의 미묘한 표정들이 몰입을 도와줬어요 복수심은 이 영화를 봤으니 이만 정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