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만 합격한 시험, 진상이 가득한 편의점 알바 . . . 일상에 지친 '혜원'은 나고 자란 고향으로 덜컥 돌아옵니다. 어떤 계획이나 목표도 없었지만, 오랜 친구들인 '재하', '은숙'과 농작물을 가꾸고 음식을 해 먹으며 어느새 사계절을 보내죠. 혜원은 비로소 '뿌리내림'을 이해하게 되고, 양파를 심듯 자신을 '아주심기'할 준비를 합니다. 따스하고, 군침돌고, 평화로운 이번 영화는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어요.

한국인에게는 누구나 그렇듯, 저에게도 밥을 먹는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인데요. 특히나 본가에 내려가면 특별할 것 없는 밥이더라도 서울에서 먹는 비싼 식사보다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죠. 혜원이 말한 배고픔이 집밥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혹은 서울에서 경험한 것들에 대한 허무감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두 의미 모두 공감할 수 있었어요.

혜원이 혼자서 밥을 차려 천천히 음미하는 장면들도 인상깊었는데요. 저에게도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음식과 함께 여러가지 고민과 걱정들을 소화해내는 시간이었어요. 잔잔히 틀어놓고 사부작 사부작 밥을 차려 먹기 좋은 영화네요.

— 에디터 차차 🧐

영화를 보는 내내 저의 '뿌리내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유년시기를 보낸 동네일 수도, 행복했던 여행지 일수도, 지금 살고있는 집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저의 땅이 어디인지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네요. 그럼에도 뿌리내렸던, 혹은 뿌리내릴 곳을 찾아가는 과정은 고되겠지만 꼭 해내고 싶어졌습니다. 혜원과 그녀의 엄마가 오랜 기다림 끝에 달콤한 곶감을 얻었듯 말이에요. 

— 에디터 패트 🏃